요즘 여러 개의 리서치·분석 프로젝트를 Claude와 동시에 돌리다 보니,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겼다. "이 작업을 창 하나에서 다 할까, 단계별로 나눠서 할까?" 답을 찾다가 처음 생각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.
## 처음엔 "빠를 줄" 알았다
리서치 → 분석 → 제안서작성 → 검증. 일이 이렇게 네 단계로 나뉘길래, 당연히 "그럼 창도 네 개로 나누면 빠르겠지"라고 생각했다. 각 단계를 전담하는 창을 만들어두면 뭔가 컨베이어 벨트처럼 착착 돌아갈 것 같았다.
```
착각했던 그림 (4개 창이 동시에 돌아갈 거라 생각)
리서치 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
분석 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
제안서 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
검증 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█
```
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틀렸다. 분석은 리서치 결과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, 제안서는 분석 결과가 있어야 하고, 검증은 제안서가 나와야 한다. 창을 미리 네 개 열어놔도, 실제로는 이렇게 흘러간다.
```
실제로 벌어지는 일 (■=작업중, ·=대기)
리서치 ■■■■■···············
분석 ·····■■■■■··········
제안서 ··········■■■■■·····
검증 ···············■■■■■
```
창은 4개지만, 실제로 "일하는" 시간은 여전히 한 줄로 이어진다. 창을 나눠도 총 걸리는 시간은 똑같다.
> 창을 나누는 건 "빨리 끝내기 위해서"가 아니었다. 처음부터 질문이 잘못됐다.
## 진짜 이유는 정확도였다
속도가 아니라면, 나눌 이유가 없는 걸까? 아니다 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. 같은 창에서 작업을 오래 이어가다 보면 앞에서 정해둔 기준을 뒤에서 헷갈리는 일이 생긴다. 나도 실제로 겪었다. 리포트를 "카테고리별로" 다시 정리해달라고 했더니, Claude가 4개 대분류(서비스방향성/UX/AI/시스템보안) 기준으로 알아들었다. 내가 말한 건 8개 산업분류(KSIC) 기준이었는데.
> **실제 있었던 일** — 한 대화 안에 "홈닉의 7개 카테고리", "KSIC 8개 산업분류", "AX 리포트의 4개 카테고리"가 동시에 떠다니고 있었다.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런 종류의 혼동이 쌓인다. 창이 무거워질수록 정확도는 조용히 떨어진다.
그리고 하나 더 — **검증은 만든 사람이 다시 보면 잘 안 보인다.** 내가 쓴 글의 오타를 내가 못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. 같은 창, 같은 맥락에서 "내가 검증해볼게"라고 하면 은근히 "내가 맞게 했겠지"라는 편향이 낀다. 완전히 새로운 창에 원본 자료만 던져주고 검증시키면, 훨씬 깐깐하게 걸러낸다.
## 그래서 어떻게 나눴나
기준은 하나였다. **"이 작업이 다른 작업과 진짜 독립적인가, 아니면 순서와 검토가 필요한가."**
### 리서치 — 한 창에 모은다
- 제조업 검색, 보건업 검색, 인프라 검색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진짜 독립 작업
- 이런 건 창을 나눌 필요 없이, 한 창 안에서 에이전트 여러 개를 동시에 돌리면 된다
- 창까지 나누면 오히려 결과를 취합하는 수고만 늘어난다
### 분석 · 제안서작성 · 검증 — 나눈다
- 이 세 단계는 순서가 있고, 앞 단계 결과물을 사람이 한 번 훑어본 뒤 다음으로 넘기는 게 낫다
- 넘기는 그 순간(링크를 복사해서 다음 창에 붙여넣는 행위) 자체가 자연스러운 검토 지점이 된다
- 특히 검증은 반드시 새 창에서, 새로운 시선으로
결국 창을 나누는 기준은 "얼마나 빨리 끝나는가"가 아니라
'어디에 사람의 확인이 끼어들어야 하는가'였다. 속도를 위해서였다면 이 고민 자체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
어차피 순서대로 기다려야 하니까. 정확도를 위해서였기 때문에, 나누는 기준도 "독립성"이 아니라 "검토가 필요한 지점"이 됐다.
Claude와 오래,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해서 쓰다 보면 결국 이 질문을 한 번은 하게 되는 것 같다.
"몇 개의 대화를 유지해야 하는가"는 도구 사용법이 아니라,
일을 어떻게 쪼개고 어디서 확인할지에 대한 질문이었다.
'AI에 속은 인간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"안락의자에 앉아 쉬세요" 그 말을 믿은 대가 (0) | 2026.09.18 |
|---|---|
| "판례 40개 중 39개가 허위" 재판부가 판결문에 쓴 말 (0) | 2026.09.17 |
| 오픈AI와 엔트로픽은 조금 더 솔직해져라! (0) | 2026.09.16 |
| AI로 보고서 뚝딱 만들었다가 임원 질문에 말문 막힌 이유 (0) | 2026.09.16 |
| AI만 믿었다가 생긴 사고 3가지 (0) | 2026.09.15 |